BK21플러스 웹진VOL.18

우수인력 인터뷰

마음의 과학,
상담연구의 세계

이지혜
(BK21플러스 우수참여인력 / 고려대학교 아시아에듀허브사업단)

최근 우울증이나 각종 공포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히 ‘마음의 병’이라 불리는 심리적 질환이 그것이다.

국가적으로 상담센터 운영, 치료비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으로 인해 기피하는 실정.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의 병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검증된 치료기법을
제시해 상담에 대한 신뢰를 얻고 문턱을 낮추고자 하는 연구자가 있다.
마음의 과학, 상담학을 연구하는 이지혜 우수참여인력을 만나
그의 꿈과 미래를 들여다보았다.

이지혜 BK21플러스 우수참여인력

이지혜 BK21플러스 우수참여인력

고려대학교 아시아에듀허브사업단

BIOGRAPHY

2018년 BK21플러스사업 참여우수인력 수상자.
상담학을 전공하며 사람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적응 기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상담자의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탐구하며 상담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우연 척도를 개발하여 SSCI급 학술지에 1저자로 게재했으며 적응기제 관련 연구 3편을 SSCI급 논문에 게재한 성과를 이루었다. 고려대학교 아시에어듀허브사업단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충남 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학교현장의 전문상담인력을 교육·양성하고 상담의 과학화 및 체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성과
  • 2018.11 교신저자 :

    외국인 유학생의 학사경고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 학습자중심교과교육

  • 2018.6 교신저자 :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의 토론 불안 연구 / 이중언어학

  • 2017.12 제1저자 :

    Initial Validation of the Planned Happenstance Career Inventory-English Version / Career Development Quarterly

  • 2017.5 교신저자 :

    카지노 딜러의 감정노동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조절된 매개모형을 중심으로 /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해외학술발표
  • 2017.7 제1저자 :

    Testing the Factor Structure of Three Procrastination scales between Korean and Japanese college students / 10TH PROCRASTINATION RESEARCH CONFERENCE 2017

  • 2018.6 제1저자 :

    Identifying subgroups of college students with academic procrastination and perfectionism: A latent profile analysis / Bielefeld University, Germany

Ch.01

나의 연구이야기

  • 0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교상담을 전공하였고, 고려대학교 아시아에듀허브사업단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다 작년 9월부터 충남 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상담전공 학생들을 교육·양성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적응기제에 관해서도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02. 상담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심리상담은 익숙한 개념이나,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에 대해서는 다소 생소한데요.

    상담학 연구는 모든 사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하여 상담자가 내담자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특히, 상담학은 상담자가 그저 조언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상담기법을 사용하여 내담자의 문제해결을 조력하는 전문인을 양성하는 학문입니다. 저의 관심사는 학업, 진로, 직업 등의 영역에서 스트레스나 위기를 겪고 있는 내담자가 성공적으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 03.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상담학의 매력에 빠진 계기가 있다면요?

    처음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 상담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상담연구에 대한 매력을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심리적 현상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측정되고 검증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상담현장에서 상담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 어려움, 궁금증 등을 연구 설계로 구현하고 이를 검증해 나가며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뿌듯하고 기억에 남을 때가 많았습니다.

  • 04. 학문 특성상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대하고 관찰하는 일이 잦을 거라 생각됩니다. 힘든 적은 없으신가요?

    상담학의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고 관찰하며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대하고 관찰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지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기 세계에 갇혀 다른 관점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대할 때가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피다 보면 결국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저 역시도 누군가를 편협한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 05. 최근 진로우연을 측정하는 척도 개발로 SSCI급 학술지에 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는 우수 성과를 내셨습니다. 진로우연이란 무엇이고, 연구결과가 실생활에 적용될 경우 어떤 점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진로우연’이란 학생들이 진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우연적 사건이 진로계획,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실생활에 적용한다면 교육현장에서 꿈이 없다는 이유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관심 분야나 직업을 미리 정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단지 학생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그 경험을 진로에 적용하고자 한다면 원래 계획에는 없었을지라도 충분히 원하는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게 될 것입니다.

  • 심리적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측정하고 검증하는 것이 상담연구의 매력이죠.

  • 06. 학생들의 진로우연, 학업지연 등과 같은 상담학 뿐 아니라 서비스 종사자들의 감정노동에 관한 연구도 눈에 띄는데요.

    네. 최근에는 카지노 딜러와 미용산업 종사자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관해서도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요. 학교에서 접하는 한정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심리를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이 겪는 부정적 경험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각계각층에서 방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07. 우리나라는 아직 마음의 병을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고, 상담 및 심리치료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한데요.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상담학자로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상담학의 과학적 전문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상담자 교육의 전문성을 높여 상담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 처음 만나는 상담자는 교내 전문상담교사일텐데요. 이분들에 대한 지원과 체계적인 교육이 상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와 같은 상담학자들이 상담의 유용성과 효과성을 알릴 수 있는 연구물을 발표하는 한편, 현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들을 연구하여 상담자들이 최신 기법을 습득하며 성장하도록 디딤돌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08. 실제로 다양한 성향의 내담자들을 상담하면서 연구자로서 특별히 유의하거나 지키고자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네. 제가 내담자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그분들의 경험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내담자의 관점에서 내담자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꼭 필요한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담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비전문적인 상담자로 보일 것 같다는 걱정에 모른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물론 아직도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지만 이전보다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편안해져서, 상담에서 내담자의 경험을 더 경청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09. 상담학은 심리학에서 시작되어 뇌과학, 인지과학 등과도 관련이 많은 학문인데요. 향후 그런 쪽으로도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은?

    상담학과 뇌과학, 인지과학 등도 서로 기초 뿌리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담학처럼 다른 학문 또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상담학 한 분야만 연구하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기에, 차후에는 최대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소통하고 연구하며 융합연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 10. 상담학 연구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를 들려주세요.

    제 꿈은 젊은 상담자들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담자의 나이에 대한 편견이 있어 젊은 상담자들이 여러 제약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상담자의 개인적 인생 경험의 양보다는 내담자와 깊이 공감할 수 있고 내담자의 자기 이해를 돕고자 적절한 질문과 탐색을 활용할 수 있는 상담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학부 교육에서 상담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고, 젊은 상담자로서 가지는 장점을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한, 연구를 어려워하거나 기피하는 현장의 상담자들을 위하여 상담연구의 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상담을 하며 겪는 어려움과 필요한 도움을 연구 설계로 구현하여,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 저는 젊은 상담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고 내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Ch.02

내게 BK21플러스는

  • 01. BK21플러스가 연구수행이나 사업팀 전체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BK21 플러스 사업 덕분에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도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거나 해외 유수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함께 연구할 기회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학회 등록비와 항공료 등을 지원받아 경제적인 걱정을 덜고 연구 수행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학생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논문 투고비, 게재비에 대해서도 지원을 받아, 연구를 열심히 하게 되는 좋은 동기가 되었습니다.

  • 02. BK21플러스 사업에 개선이 필요하거나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사업내용과 예산규모가 매해 바뀔 때마다 프로그램 참여나 논문 투고, 게재에 대한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점점 더 적어지는 예산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더 높은 실적과 성과를 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살짝 있었고요. 사업내용과 지원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연구자들이 더욱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습니다.

  • 03. 우수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BK21플러스 우수참여인력으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아직 부족한 저에게 큰 격려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은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었습니다. 저의 연구에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이상민 지도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의 연구에 함께 해주었던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BK21플러스 덕분에 해외 연구자들과 연구·교류하고
    국제학술대회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Ch.03

한 명의 연구자로서

  • 01. 연구 수행 중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나 동료들을 보면 각자 개인이 고민하는 삶의 주제에서 연구 소재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저의 경우, 박사과정 막바지에 미루는 행동을 하게 되어 졸업하지 못할 것만 같은 막연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서 미루는 행동을 연구 주제로 잡아 이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이유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학위 논문을 완성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죠?

  • 02. 연구 중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리프레시 방법은?

    연구로 스트레스를 받을 땐 현장을 잠시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죠. 저를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회복되는 순간이 와서 다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03.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ex : 팀워크, 시간관리 등)

    인내력입니다. 연구수행을 하다 보면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끈질기게 견디면서 포기하지 않아야 의미 있는 성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 04. 연구를 진행하며 도움을 받거나 고마웠던 동료나 교수님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제 지도 교수님이신 이상민 교수님은 제가 신진연구자로서의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시간을 내어 저의 연구계획을 들어주시고,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중요한 질문들을 짚어주시며 연구를 설계해 나가는 과정을 도와주셨습니다. 또한 연구를 제가 수행해 나가고 마무리까지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측면에 대한 자문과 지도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저도 교수님과 같은 지도교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최선을 다해 지도하고 있습니다.

  • 05. 앞으로 10년 후 연구자로서 나는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10년 후에도 대학 현장에서 전문 상담인력을 양성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예비 상담자들이 경험하는 상담현장의 여러 문제와 궁금증들을 실제 연구설계로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예비 상담자들의 연구수행을 돕고자 합니다.

  • 06. 나에게 있어 상담학이란 무엇인가요? 한 단어 or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상담학은 ‘마음속 서랍정리’ 라고 생각합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잊어버리고자 마음속 서랍에 꾸깃꾸깃 억지로 집어넣고 정리하지 않다 보면 어느 순간 서랍은 닫히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서랍을 여는 순간 슬프고 두려운 감정에 휩싸이게 되죠. 이렇게 내담자가 경험하는 나쁜 감정들을 상담자가 함께 든든하게 버텨준다면, 내담자는 스스로 자기 마음속 서랍을 열어 차곡차곡 정리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상담학은 ‘마음 속 서랍정리’처럼 슬프거나 두려운 감정을 덜어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게 돕는 학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