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플러스 웹진VOL.18

논단

가상현실과 영화의 만남

곽노준 교수

강지영 교수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학과

누가 불편하고 무거운 고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해? 라고 반문을 하던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가상현실 콘텐츠는 점점 더 가까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 젊은이들이 가득한 홍대 거리나, 강남역 그리고 코엑스 같은 멀티 플렉스에도 VR방 같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여러 방송을 통해서도 집에서 개인 HMD 기기들을 착용하고 여러 콘텐츠들을 즐기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영화분야에서는 기존 극장들의 VR 영화 상영부터 VR영화 전용 상영관까지 생겨나며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불과 몇 년 만에 가상현실 HMD는 영화 속 상상의 디바이스가 아닌 현실 속 콘텐츠 플랫폼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가상현실만이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몰입 환경과 기존의 콘텐츠보다 확장된 상호작용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영화나 게임 속에서 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관찰자였지만 가상현실 속의 나는 주인공이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가상현실 콘텐츠의 제작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연구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가상현실 연구는 가상현실 HMD와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가상현실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가상현실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미 선댄스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칸 영화제 등 영화제들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을 접목한 새로운 형식의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가상현실의 매력은 기존에 관찰자였던 유저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본 사업단은 2016년 융합영상콘텐츠 전공을 신설하여 가상현실 영상콘텐츠 제작을 위한 융합 교육과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는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이해, 360도 영상 제작에 대한 이해, 360도 연출과 스토리에 대한 이해, 인간 중심의 인터랙션 연구 등 다양한 관점으로부터의 연구가 필요하다. 기존의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글로벌 시장의 관객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 코드 그리고 예술적 감각과 영상에 대한 이해 등 인문사회분야와 예술 분야의 융합이 주를 이루었다면 가상현실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에 가상현실이라고 하는 기술과 콘텐츠 그리고 사람에 대한 융합적인 이해가 더해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와 함께 가상현실콘텐츠는 주목받고 있으나 현재의 많은 연구들은 기술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그 포커스가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콘텐츠 강국 아닌가! 이미 국내 가상현실콘텐츠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먼저 본 사업단에서 제작한 가상현실 다큐멘터리인 ‘동두천(Bloodless)’는 201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베스트 VR스토리 상을 수상하였으며 다수의 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되었다. 또한 본 사업단의 연구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작한 웨어러블 밴드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VR 애니메이션인 ‘소녀에게’는 2017년 SFC Women’s Film Festival에서 베스트VR 상을 수상하였으며 롯데시네마의 VR 특별전에서 국내 최초로 극장상영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베트남의 Autumn Meeting과 협력하여 VR 단편 ‘베트남의 크리스마스’를 공동 제작하여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VR Theater에서 상영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의 스토리텔링은 가상현실 영화 분야에서도 그 뛰어남을 인정받고 있으며, 한류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과 드라마처럼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단국대 글로벌영화제작전문인양성사업단에 제작한 VR컨텐츠 (좌)동두천 (우)베트남의 크리스마스

현재 본 사업단에서는 웨어러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가상현실 영화의 연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가상현실 디바이스들이 제공하는 사용자의 손에 들고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가 아닌 사용자의 손목에 간단히 착용하여 사용자의 제스쳐를 영화 콘텐츠와 상호작용할수 있는 요소로 활용하는 인터랙티브 VR영화가 한 사례가 될 수 있겠다. 또한 상용자의 맥박이나 피부긴장도, 뇌파 등의 생체 신호를 통해 상호작용 하는 VR 영화 제작을 위한 연구와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관객의 감정 상태가 반영되어 관객마다 다른 스토리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미래형 영화도 먼 미래의 얘기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가상현실영화의 개발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예술, 공학, 인문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교육 및 연구가 필수적이다. 가상현실영화는 아마 ICT융합 콘텐츠의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된다.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영화 분야 역시 제작 방식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새로운 영화 형식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우리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 곁에서 감동과 즐거움을 주던 영화콘텐츠가 첨단 기술과 만나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는 증강현실, 혼합현실 나아가 인공지능 분야가 융합된 영화와 게임 같은 다양한 ICT 융합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융합 연구의 클러스터 구축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BK21플러스 사업도 이러한 융합 연구에 대한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이 지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