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김동욱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역임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역임

“연구자의 길을 열어준 BK21사업”

1999년에 시작된 BK21 사업이 올해로 성년인 19세가 되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기존 정책과 사업이 사라지거나 변경되는 일이 허다한 실정을 감안한다면 BK21 사업은 대단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나는 몇분 교수들과 함께 왜 BK21 사업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나 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사업의 성과를 분석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다. 그 연구과제의 한 부분에서 초기 BK21 사업에 참여하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 중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만들어가는 40대 초반 전후의 우수 연구자 10여명을 우리 연구팀이 면접조사를 하였다.

그들은 BK21 사업이 시작되는 당시 대학원생에 대한 공식적이고 정기적인 지원 제도가 제대로 없었는데 BK21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안정적인 인건비를 지원받고 학습과 연구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들은 BK21 사업으로 우수한 대학원생의 인력풀이 늘어났고 외국유학을 가는 학생들에 비해 국내에서 학위과정을 마치는 학생들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국내 대학원 연구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았다.

우리 연구팀은 BK21 사업의 성과를 경제적 지원, 연구활동 지원, 진로개발 지원 효과로 나누어 물어보았다. 첫째, 그들은 지원금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데 상당히 기여하였다고 답하였다. 몇 연구자는 결혼초기 경제적 비용 부담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외 등 대학원 외부 활동을 하다가 지원금을 받고 나서 학습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하였다. 또한 그들은 교수연구실의 수탁연구과제 규모가 들쭉날쭉 이어서 연구과제가 부족한 시기에는 연구실 지원 대상에서 탈락되거나 부족한 금액만을 지원받아야 하는 보릿고개가 있었는데, BK21사업 지원금을 통해 그 보릿고개의 불안감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얘기하였다. 그들 모두가 대학원생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둘째, 그들은 BK21 사업이 제공하는 특강과 교육프로그램이 전공분야의 기본적인 지식을 축척하고, 학술적인 논문을 효과적으로 작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답하였다. 각종의 국내외 학술대회의 참여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논문에 대한 선배학자와 동료들의 검토의견과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일부 응답자는 BK21 사업 초기에 있었던 장기국외연수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았는데, 이를 통해 국외의 우수 연구집단과 공동연구하고 상호 네트워크를 축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답하였다. 그들은 BK21 사업이 조장한 국내외 학회활동과 연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지적 자극도 받고 자신의 분야에서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로 우수한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을 작성하는데 BK21 사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얘기하였다.

셋째, 그들은 BK21 사업을 통해 연구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얻음으로써 연구자로서의 진로를 선택하거나 연구분야를 선택하거나 생애경력(life career)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받았으며, 특히 취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들은 BK21 사업을 통해 좋아진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자신이 원하고 기대하는 진로와 경력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나는 BK21 사업의 최대 혜택을 받은 그들을 보면서 만일 BK21 사업이 없었다면 그들의 지금 어떤 모습일까 반문해 보았다. 연구자 진로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연구자 진로를 선택했다면 지금같이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지 못하거나 국외 유학을 갔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국내의 척박한 대학원의 학습과 연구환경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거나 진학한 후 학습과 연구에 집중하지 못해서 전공분야의 기본적인 역량을 배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한다. 지난 19년 동안 BK21 사업이 국내 대학원생의 학습과 연구 환경을 크게 개선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우리가 조사한 그들은 BK21 사업에 참여한 후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 성공적인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기에 BK21 사업을 좀 더 긍정적인 인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 학업 동안에 경제적 지원, 연구활동 지원, 진로개발 지원 효과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BK21 사업 참여 대학원생에게 작동하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 이 글은 한국연구재단 의견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