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BK21사업의 의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서울대학교 창의융합형 세계선도 기계공학 미래인재 교육연구단 김민수 교수

서울대학교 창의융합형 세계선도 기계공학 미래인재 교육연구단 김민수 교수

4단계 BK21사업의 중간성과평가가 마무리된 현시점에서, 지금까지 시행된 BK21사업의 의의와 대학 사회에 미친 영향을 돌아본다. 중간평가 평가지표 개발과 관련된 정책연구 책임자로서 BK21사업에서 보완하였으면 하는 점들과 평가지표 개선의 취지를 기술하며,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서 활동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BK21사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1999년 당시 1단계 BK21사업이 출범한 이후 7년간 사업이 수행되었고 이후 2단계 7년, 3단계 7년의 사업 기간을 거쳤으며, 2020년 4단계 사업이 시작되었다. 3단계까지 약 5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4단계에서 약 2조 9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 중에서는 가장 수명이 길고 규모가 큰 사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의 기본 역할은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로 일컬어지는데,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을 생각할 때 내실 있고 창의적인 교육을 시행함과 동시에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 및 도약이 필요했고, BK21사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성공적인 지원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BK21사업은 각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위해 대학원 규모의 확대, 제도 정비 및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재정지원을 통해 전국의 수많은 대학원생들이 장학금 지원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국제적 수준 논문 게재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으며, 게재된 논문의 영향력도 동시에 상승하였다. 이와 더불어, BK21사업의 수혜를 통해 창의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고급 인력들이 우리나라 사회 및 산업계로 진출하여 각자가 맡은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국력의 기반이며,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K21사업은 대학원 교육의 수월성 및 연구의 창의성을 추구하면서도 사업 평가에 있어서는 정량적인 목표 설정 및 달성에 비중을 많이 두었고, 그 결과 의도치 않게 연구의 질적인 향상보다는 양적인 팽창을 유도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BK21사업도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사업비를 집행하는 상황이기에, 재정 투입에 대한 성과나 산물을 적절히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사업의 성과를 논문 편수, 특허 개수, 대학 순위 등과 같은 정량적 지표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전세계적으로 양적인 평가보다는 질적인 평가에 비중을 두고 있는 현실에서, 게재 논문 수의 증가에 비해 국내 대학의 세계적 위상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 상황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4단계 BK21사업에서는 연구성과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폐지하고 100% 정성적 평가를 도입하였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4단계 BK21사업 중간성과평가에서는 정성평가에 비중을 두어 최근 게재한 논문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소수의 논문을 평가 대상으로 삼고 논문의 양보다는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평가지표 및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는 향후 다른 사업의 평가방식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전국의 대학에서 평가방식을 바꾸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4단계 BK21사업 및 중간성과평가를 기점으로 교육 및 연구의 질적 평가가 자리잡고, 좋은 실적들이 제대로 평가받아 세계 속에서의 우리나라 대학 수준이 더욱 도약하길 기대한다.

3단계 BK21사업까지는 사업비 지원을 대학원 학과(부) 단위로만 시행하여 대학 차원의 전략 수립 및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었다. 이에 4단계 BK21사업에서는 대학본부의 대학원 혁신 역량을 평가에 반영하였으며, 대학원 혁신지원비를 신설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BK21사업에 선정된 교육연구단의 숫자와 매년의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원 혁신지원비를 대학별로 차등 지급하였으며, 대학본부 중심의 대학원 제도 혁신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중간성과평가 시에는 대학원 혁신지원비 수혜대학과 미수혜대학 간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원 혁신 영역에 대한 평가를 배제하였으나, 선정평가 시와 마찬가지로 재선정평가에서는 대학원 혁신영역에 대한 평가점수를 반영하고 있어 대학본부 중심의 대학원 제도 혁신과 대학원 중심의 학사구조 정착이라는 본래 사업 취지를 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자원은 우수한 인재이며, 심도 있는 교육과 창의적인 연구 역량을 강화하여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양성해야만 국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BK21사업은 4단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고급 연구개발 인력의 배출을 통해 우선적으로 우리나라 사회와 국내의 산업 등에 핵심적으로 기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이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BK21사업이 대학원생의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는 주어진 문제들을 풀고 암기에 비중을 두는 교육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대학 진학 후에도 독자적인 사고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도가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경쟁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수준을 높여야 하는 부담감이 있으며, 이때야 비로소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과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직접적으로 분석을 하거나 독자적인 실험 등을 통해 실증하는 과정도 이때 시작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끈기 있게 연구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BK21사업을 통해서 꾸준히 지원해야 하며, 창의력을 키우며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과 동시에, 연구 성과 또는 교육과정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대학원생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사고를 하고, 생각한 바를 직접 시행해 볼 수 있으며,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면서 어떻게 수준 높은 성과를 도출하는지의 일련의 과정을 주요한 평가 요소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4단계 BK21사업의 목표로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를 크게 내세우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 및 교육연구단(팀) 차원의 실질적인 국제화 노력을 비중 있게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대학의 국제적인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과 교류가 필수적이다. BK21사업에서도 국제화 경비를 큰 비중으로 지원하는 것은 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증진하고, 공동 연구 결과를 같이 발표할 뿐만 아니라 고급인력 양성에 필요한 실질적인 국제교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학원에 소속된 학생들의 국제학술대회 참여 지원, 장·단기 해외연수뿐만 아니라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를 초빙하여 교류하는 부분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신진연구인력의 배출도 학문후속세대의 양성과 고급 인력 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수의 세계 대학을 보면 대학원에서의 박사 후 연구원(Post-doc)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박사 후 연구원의 층이 얇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BK21사업에서는 교육연구단(팀)에서 신진연구인력이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여야 하며, 동시에 교육연구단(팀)에서는 자체적인 경비를 투입해서라도 신진연구인력 확충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개선을 통해 BK21사업은 우리나라 대학원의 교육 및 연구 분야 발전과 세계적 수준의 인재 양성에 더욱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방향으로 BK21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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