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으로 봄 햇살을 가득담은 음악 플레이리스트

달력 한 장을 넘기고 나니 매일 해를 보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집니다. 몰라보게 따뜻해진 바람을 맞으며 드디어 봄이 왔음을 느낍니다. 이제는 온라인 쇼핑에서 벗어나 밖을 돌아다니며 봄에 입을 옷을 직접 고르고 싶은 기분도 듭니다. 겨울옷과 이불을 집어넣고 그동안 미뤄왔던 대청소를 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겨울이 끝날 무렵부터 코로나19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번 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희망도 가져봅니다. 이것저것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봄. 하지만 바빠지려는 마음을 잠시 붙잡고 봄기운을 가득 담아놓은 것같은 노래를 들으며 이 계절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 듣고 있는 것만으로 몸이 나른해지고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봄날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Blow My Cover - Ed Patrick http://www.edpatrickuk.com

봄은 만물을 세상 바깥으로 드러나게 합니다. 주말 오후 공원으로 나가 꽃망울이 막 올라오는 나무 아래의 벤치에 자리를 잡습니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조금씩 짙어지는 녹색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봅니다. 오래 앉아있다 보면 바람은 아직 싸늘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따스해진 햇살이 나를 지켜줍니다. 영국 남부 해안에서 태어난 에드 패트릭은 아버지의 오래된 블루스 음반과 어머니의 노래책을 통해 음악을 배웠습니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동안 버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음악들이 그의 노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몽글거리는 기타 선율 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새어 나오는 듯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봄을 품고 여행하는 바람 같습니다.

The Current - STVN https://www.instagram.com/songsbystvn/

봄 바다의 매력을 아시나요? 다른 이들이 꽃이 활짝 핀 산과 자연을 찾아다닐 때, 마음이 살짝 삐뚤어진 청개구리가 된 기분으로 바다로 향합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서 봄이 좋습니다. 자신의 매력을 알아준 극히 일부의 사람에게 보답하듯, 바다가 생생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줍니다.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하는 스티븐 알렉산더 첸은 미세한 잡음이 섞인 듯한 로우파이 팝 스타일의 연주에 로맨틱한 멜로디와 가사를 얹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듭니다. 우리는 마치 커다란 조류에 휘말리듯이 어떤 행동을 저지르고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어’라고 변명하곤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 한 켠에서는 그것을 선택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봄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떠나게 될지도 모르는 당신을 위해 이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Birds and Daisies - Racoon Racoon https://www.racoonracoon.com/

봄은 소리 없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매일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깜짝 놀라며 ‘벌써 봄이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꽃과 새들은 봄이 오는 것을 항상 먼저 아는 것 같습니다. 가지 위로 꽃망울이 생기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봄이 시작됩니다, 라쿤라쿤은 레오와 레오나르 2명으로 이뤄진 프랑스 출신의 포크 듀오입니다. 그들은 꿀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운명을 두 손에 잡고 자신의 땅을 정복하라고 말합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봄보다 적당한 계절이 있을까요? 이제 어떤 계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봄이 그 이유가 되어주니까요.

Daydream by Design - Gaby Moreno https://www.gaby-moreno.com/

봄이 되면 왜 모든 것이 몽롱하게 느껴질까요? 식곤증 때문일까요? 아니면 모든 것을 정확하게 보고 똑바로 행동해야 한다는 내 삶의 방식에 피곤해졌기 때문일까요. 이번 봄에는 봄날의 아지랑이가 우리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듯이, 의식을 편하게 내려놓고 세상을 살아보면 어떨까요. 봄이 순식간에 지나간 후 마치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몇 번의 봄을 지나는 동안 그랬듯이 우리는 언제나처럼 잘 살고 있을 것입니다. 과테말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가비 모레노는 우리가 백일몽같은 삶을 사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 모두 계획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가 봄날의 하루를 꿈속에서 거니는 달콤한 산책처럼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Done Lyin’ - Aaron Frazer https://aaronfrazermusic.com/

누군가에게는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겨울을 한층 어둡게 만들었던 그 사건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을 내밀면 무엇인가가 우리를 일으켜 세워줄지도 모릅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아론 프레이저는, 완전히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결코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아직 집 밖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노을이 내리는 시간에 창문을 조금 열고 봄 공기를 집안으로 들여보내 보세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공기가 방안을 한 바퀴 돌아 내 마음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나갈지도 모릅니다. 창문 밖 노을을 바라보며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피부까지 간질이며 봄을 맞을 준비를 도와주는 기분입니다.

Feels like you - Faime https://www.instagram.com/faime/

새벽은 늘 깨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생기 넘쳤던 낮에 비해 봄의 새벽은 유독 조용하게 느껴집니다. 언젠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며 흙 속에서 움츠리고 있는 새싹처럼, 새벽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과거의 추억이 꿈틀거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날이 밝으면 누군가와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망도 피어납니다. 페임은 인도 혈통을 가진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의 노래는 언젠가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나버릴지라도 이번 봄에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고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은 보이지 않고 나의 온 신경을 빼앗아 가버릴 단 한 사람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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