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참여인력 인터뷰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동력, '즐거움' 유기화학 연구 한국과학기술원 KAIST 분자과학사업단 홍승윤 박사

홍승윤 박사의 꿈은 아주 일찍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화학 교사였던 아버지게서 방학마다 교육 연수에 다녀오신 후, 동생과 나란히 앉혀 설명해주시던 흥미로운 과학 현상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학이라는 학문에 흥미가 생겨났습니다. 그때부터 자연히 물 흐르듯 '연구자'라는 목표만을 오롯이 걷기 시작했죠. 그렇게 두 남매는 아버지의 가르침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유기화학의 유망한 연구자로 성장했습니다. 그가 아버지를 연구에 대한 흥미를 최초로 일깨워준 스승으로 기억한다면, BK사업단에서 연구자로서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두 번째 스승을 만났습니다. 누군가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다면 한 틈의 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는, 장석복 지도교수님입니다.

BK21플러스사업 참여우수인력 홍승윤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KAIST
분자과학사업단
Ch.01 나의 연구 이야기
한 달 중 29일을 실패하더라도
단 하루, 연구의 재미를 느낄 때가 있어요.
그 단순한 이유 하나가 연구를 다시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장석복 교수님 연구실에서 유기화학을 공부하고 있는 홍승윤입니다. 저는 2020년 2월에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기초과학연구원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며 독자적인 유기촉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그간 진행하신 ‘금속 촉매를 이용한 탄소-수소 활성화에 대한 연구’는 어떤 연구이며, 결과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탄화수소는 자연계에 대량으로 존재하여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 물질입니다. 이를 합성화학의 출발 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면, 값싼 원료로부터 고부가가치의 천연물 및 의약품을 만드는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하여 신약 및 신소재 개발 등 유기 분자를 다루는 다양한 산업의 대 진보를 이끌 것입니다. 하지만 탄화수소는 반응성이 낮고 유사한 탄소-수소 결합들로 이루어져 있어, 꼭 필요한 위치에 특정 작용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택적으로 ‘탄소-수소 활성화’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학위 과정 동안 최적화된 금속 촉매를 설계하여 탄화수소 내 목표하는 탄소-수소 결합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고 이를 탄소-질소 결합으로 변환하는 ‘질소화 반응’을 개발하여, 가치 있는 질소고리화합물을 합성하는 연구를 주로 진행하였습니다. 또 기존 질소화 반응의 문제인 중간체 분해 경로를 우회하는 새로운 이리듐 금속 촉매를 개발해 상온에서 탄화수소 유도체로부터 신약 원료인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감마-락탐은 뇌전증 치료제(레비티라세탐)나 혈관 형성 억제제(아자스파이렌)와 같이 복잡한 유기 분자의 핵심 구성성분으로, 의약품, 합성화학, 재료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본 연구가 산업 측면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서 신약 원료인 감마-락탐 합성 연구
계산화학을 통해 예측한 반응 중간체의 세 가지 경로
3. 연구하면서 가장 뿌듯했거나,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간 진행해왔던 연구의 가치가 세상에 나와 인정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낍니다. 특히 이번 BK21플러스 사업의 우수인력으로 선정되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상식에 참여했을 때, 고생했던 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았죠. 반면 힘들었던 시간도 참 많았습니다. 고심 끝에 고안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이 되지 않을 때나, 연구 중 실패를 거듭할 때요. 사실 연구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는 태반이지만, 평소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정신력도 단단한 편이라 슬럼프를 자각하지 못하고 잘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또 연구를 마쳤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을 상상하며 원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기도 했고요. 특히 매 순간 지도교수님의 따뜻한 배려와 동고동락하는 연구실 식구들, 묵묵히 지지해준 가족이 함께였기에 무던히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4. 현재 주목하고 있는 연구 분야나 동향은 무엇인가요?

지속 가능한 촉매 반응 개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유기 반응에 적용되는 촉매인 ‘뒷전이 금속(late transition metal)’은 지구상에 한정적으로 존재하는 자원입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한데요. 최근에는 빛 혹은 전기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유도진화 과정으로 변형된 효소를 통해 새로운 반응성의 촉매 화학반응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서 갖고 있습니다.

5. 세계 최고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 미국화학회지(JACS), 앙게반테 케미에 연구 결과들을 게재하신 바 있습니다.
이는 연구자로서 어떤 의의가 있나요?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는 것은 그간 진행해왔던 연구가 많은 유기화학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성과는 비단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연구실에서 수년간 해결하고자 고민했던 주제이자 많은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죠. 따라서 앞서 지난 연구실 선배님과 동료들이 함께 일궈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구 도중 벽에 막혀있을 때 항상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장석복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 사이언스지 공저자들과
  • 한국다우 우수논문상 순수과학분야 대상
Ch.02 내게 BK21 플러스는
BK21플러스의 다양한 지원 덕에 연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계산화학을 배워 시뮬레이션을 활용,
논문 저술에도 큰 도움을 주었죠.
1. BK21플러스가 연구수행과 사업단에 어떤 도움과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BK21플러스 사업은 풍부한 재정적 지원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효율적인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입니다. 여러 지원을 받음으로써 타 대학원생보다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고, 양자 역학을 기반으로 한 계산 화학을 스스로 배우는 등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터득한 학제 간의 연구 기법을 바탕으로 실험과 이론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 실험 결과에 이론적 해석을 덧붙여 연구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죠.

2. 지난 제5회 BK플러스 우수인력으로 선정되신 바 있습니다. 이 상은 어떤 의의가 있으며, 감회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수인력으로 선정되어 기쁜 마음도 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표하여 받은 만큼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 연구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나라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 BK21플러스 우수연구인력 참여대학원생 표창
  • 해외학회에서 연구실 동기들과
3. BK21플러스 사업에 개선이 필요하거나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최근 혼자 할 수 있는 연구보다는, 각종 분야가 어우러진 융합과학이나 협동연구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BK플러스 사업단 내외적으로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진다면, 참여 대학원생이 다방면으로 사고를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심포지엄이나 모임 같은 형식을 통해 대학원생 간 자유롭게 교류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우치고 새로운 학문을 자신의 연구에 적용할 기회 또한 자연히 열릴 것입니다.

Ch.03 한 명의 연구자로서
연구는 제게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지 않으면,
큰 난관에 부딪히거나 좌절을 느꼈을 때 주저앉기 쉽거든요.
하지만 하는 일이 즐거울 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1. 연구자로서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항상 연구실에서의 생활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특별한 순간이 많지는 않지만, 학회에서 연구를 발표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오랜 시간 공들인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다른 나라의 젊은 과학자나 세계적인 석학과 이야기를 나눌 때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또 이러한 기억이 다시금 연구에 힘을 쏟을 수 있는 동력이 되고요.

  • Junior ICCEOCA-9 학회 참석사진
  • 최우수 구두발표상 수상(Junior ICCOCA-9)
2.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나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구 자체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찾아가는 것의 연속이며, 한 편의 논문을 만들어내는데도 피나는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수 없는 실패를 겪기도 하죠. 이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다는 사실에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반복되는 악조건에도 재미있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가 정신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금 전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를 진행하며 동료와 함께 고생했거나, 고마웠던 순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저는 어리바리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성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연구실 선배들의 도움 덕입니다. 특히 학부 연구생 시절 유기 실험의 기초부터 노하우까지 전수해주신 곽재성 박사님과 처음 독립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때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신광민 박사님, 김현우 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연구 과정을 함께 헤쳐나간 박윤수 박사님, 실험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함께 회포를 나눈 동기 김유영 박사에게도 고맙습니다. 이토록 많은 분이 마음을 베풀어주신 만큼,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자 합니다.

4. 연구자로서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학부 시절 처음 인연을 맺어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장석복 교수님입니다. 장석복 교수님은 이미 수많은 연구 업적을 남기셨음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것을 찾아 나가시는 분입니다. 항상 연구 성과에 대한 공을 제자들에게 돌리시고, 높은 자리에 계심에도 구성원 모두에게 수평적이시며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죠. 교수님의 교육 철학은 비단 연구자로서만이 아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저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인생 중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교수님께서는 늘 자신은 기초과학 연구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가르침 받는 제자들이 자신을 뛰어넘어, 기초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요. 연구자로서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려 주신 은인이기도 해,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장석복 지도교수님과
  • 유기분과회 최우수 구두발표상 수상 후 지도교수님과
5. 앞으로 연구자로서의 미래를 그려보았을 때, 어떤 모습을 상상하고 있나요?

단기적인 목표로는 새로운 환경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와는 차별화된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어 세계적인 석학의 가까이서 직접 보고 매우며,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와 함께 소통하며 연구를 이어가 내공을 쌓아 올리고자 합니다. 그 후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의 포문을 여는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나아가 저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개척해 우리나라, 더 크게는 국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구자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홍승윤 박사 대표 논문 성과>
  • S.Y.Hongand S. Chang* Stereodefined Access to Lactams via Olefin Difunctionalization: Iridium Nitrenoids as a Motif of LUMO-Controlled Dipoles, J. Am. Chem. Soc., 2019, 141, 10399−10408.
  • S. Y. Hong, J. Son, D. Kim, and S. Chang*; Ir(III)-Catalyzed Stereoselective Haloamidation of Alkynes Enabled by Ligand Participation, J. Am. Chem. Soc., 2018, 140, 12359-12363.
  • S. Y. Hong,† Y. Park, † Y. Hwang, Y. Kim, M.-H. Baik,* and S. Chang* Selective formation of γ-lactams via C–H amidation enabled by tailored iridium catalysts, Science, 2018, 359, 1016-1021. (†: equally contributed)
  • S. Y. Hong, J. Jeong, and S. Chang*; [4+2] or [4+1] Annulation: Changing the Reaction Pathway of a Rhodium-Catalyzed Process by Tuning the Cp Ligand, Angew. Chem. Int. Ed., 2017, 56, 2408–2412.
NRF한국연구재단
  • 대전청사 : (34113) 대전광역시 유성구 가정로 201 | TEL 042-869-6114 | FAX 042-869-6777

    서울청사 : (06792) 서울특별시 서초구 헌릉로 25 | TEL 02-3460-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