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국가 과학기술 백년대계, 두뇌한국 프로그램 부산대학교/동남권 화학신기술 창의인재양성 사업단 김일 교수
김일 교수
부산대학교
동남권 화학신기술 창의인재양성 사업단

BK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양성된 석사와 박사급 인재들이 우리나라 산업 현장 곳곳에서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우수 대학원의 교육·연구역량 강화 및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목표로 출발한 사업이 성년을 맞이하면서 그 결실이 한 둘씩 쌓이고 있다.

지역 대학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BK 프로그램

2019년 기준 522개 사업단(팀)에 2,698억 원이 지원되었다. 이 중 60%인 1,600억 원 정도가 대학원생의 장학금으로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3명의 박사과정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1억 원 이상 규모의 연구비를 수주하여야 하는 교수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교육·연구역량 강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BK 프로그램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닌가 싶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국가 지원 프로그램으로써 눈에 보이는 지금의 결실보다는 국가의 전방위 기술력 제고를 위한 튼튼한 뿌리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지역 대학에게는 가뭄에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이 있기에 본 사업단의 경우 참여 교수 당 10여 명의 석·박사과정생을 안정적으로 양성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인재 양성은 물론 맞춤형 기술개발을 할 수 있다. 지원이 없다면 이 숫자는 반 이하로 줄어 대학원이 고사 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 틀림없다. 지원 덕분에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공헌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조선 시대 곳곳에 흩어진 서당에서 천자문과 사서삼경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함께 가르친 후 재능이 있는 학습지를 모아 국가의 지원으로 훈련을 시켰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조선 시대에 하지 못한 일을 20여 년 전부터 두뇌한국이라는 프로그램을 고안하여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없었을 때를 가정한 결과를 상상하여 보면 쉽사리 알 수 있다. 모름지기 대학 간의 편차가 매우 심화하였을 것이고, 지역 대학의 연구는 고사하여 모든 정부가 제1 목표로 삼는 지역 간 균형발전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관련하여 올해 8월로 마무리되는 BK21 PLUS 프로그램의 후속으로 BK21 FOUR가 새롭게 닻을 올린다 하니 대단히 다행으로 생각된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대한 요구 커져

예산을 확보하는 시즌이 도래되면 막대한 예산 지원으로 얻은 결과물을 제출하도록 관련 국회의원들의 요구가 거세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발표하고 있는 중요 논문과 원천기술 대부분이 이를 통해서 나오고, 이와 같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보다도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재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백년대계의 초석임을 각인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터이다.

BK21 PLUS 프로그램에도 이미 반영되고 있지만, 후속 BK21 FOUR 프로그램에서는 결과물의 양적 평가보다는 질적 평가를 우선시한다고 한다. 선진국으로 그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과거 선진 기술을 학습, 개량하는 측면에서 새로운 선진 기술을 새로 마련하고 선도하려는 국가의 정책 방향은 옳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되어야 소위 탑 저널에 게재할 가능성이 커지고 과학기술경쟁력 평가가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열매만큼 연구 과정도 중요

다만, 탑 저널에 해당하는 논문실적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부작용도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다. 이와 같은 논문은 같은 연구를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하여야 가능하다. 연구 과정의 결과물은 탑 저널에 발표할 수는 없어도 각종 전문 저널에 발표함으로써 세계의 모든 연구자와 소통하고 난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과정의 결과물보다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열매만을 강조하는 것은 과정을 사장이 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네이처나 사이언스 및 탑저널에 발표한 후 사장되는 논문이 부지기수이다. 이를 평가절하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한 분야의 연구를 깊게 파고들어 기초를 든든하게 하는 바탕에서 나오는 결과야말로 뿌리 깊은 기술이며, 노벨상 대부분은 이와 같은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과정과 결과를 모두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BK21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교육프로그램이 아닌가. QS 세계대학순위와 같은 프로그램을 무시하여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여도 곤란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은 세계 100개 대학에 얼마나 들어가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가령 지역 거점 대학이 200개 대학에 모두 들어가게 지원하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다.

지난 20여 년간 BK21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사회에 진출한 학생을 세어보았다. 박사가 11명, 석사가 51명이다. 지원이 없었다면 이 숫자는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모든 학생이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목표하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들어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국가 과학기술 백년대계 프로그램으로서 두뇌한국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계속하기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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