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플러스 웹진VOL.17

논단

Plant molecular biofarming(PMB) : 종합선물세트

곽노준 교수

고 기 성 교수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추석이 다가온다. 올해 날씨도 무난히 넘어가는 듯한데 갑작스레 때늦은 장마비가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물바가지로 쏟아 붓는다. 옛 어렸을 때 생각이 문 듯 떠오른다. 추석명절 때면 친척 어르신들이 사가지고 오는 선물 중에 오** 종합선물세트라는 것이 있었다. 종합선물세트 상자안에 껌, 과자, 사탕 등등, 간혹 장난감이나 판박이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추억의 종합선물세트를 다시 안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엇그제는 한 학생이 하는 말이 실험실에서 매일 매일 반복하다시피 하는 연구가 너무나도 힘들다고 한다. 어느 연구든지 간에 힘들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현재 내가 매일 아침에 만나는 연구가 일명 plant molecular biofarming(PMB)라는 연구분야이다. 아마도 식물분자농업 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식물을 이용하여 고부가가치의 바이오재조합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plant molecular biofarming (PMB)이라고 한다.

식물을 이용하여 백신이나 항체를 만드는 Plant molecular biofarming(PMB)는 경제적이고 위험성이 적어 국내외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식물기반발현시스템을 이용하여 동물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백신이나 항체를 생산하려는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 동물세포시스템보다 생산 및 보관 비용 면에서 경제성이 있고 또한 인수공동감염원 오염 위험이 적다. 이외에도 식물씨앗이나 세포를 이용하여 재배 및 배양을 쉽게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어 메르스와 같은 급작스런 전염병 발병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를 짧은 기간 내에 생산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PBM를 위해 주로 적은 비용으로 쉽게 biomass를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이 재조합 바이오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동물세포 배양시스템은 백신과 치료 단백질의 상업 생산을 위한 주요 플랫폼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물세포배양시스템은 제한된 확장성 및 높은 비용으로 인해 증가하는 세계적 의약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동물세포에 어떠한 외부유전자를 넣어 세대를 지나게 되면 쉽게 그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거나 혹은 유전자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식물의 경우 한번 외부유전자가 염색체상에 끼어들어가면 다음 세대로 커다란 문제 없이 안정하게 전달되어 발현을 유지한다. 

식물은 다른 생명체보다도 포용력이 있는 듯하다. 식물에서 이러한 연구개발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식물에 대한 외부유전자를 안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식물형질 전환, 분자생물학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술들이 개발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물기반 백신이나 항체 발현 연구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하였다. 이러한 연구가 현재수준까지 오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다. 초창기의 연구들을 유용한 재조합 단백질유전자를 식물에서 형질전환하여 단순 발현하는 연구에 그쳤다. 이러한 연구자체도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동물이나 인간의 단백질 유전자들이 어떻게 발현을 할 수 있을까?”하는 단순한 의문부터 시작한 연구들이 점점 그 유전자 종류와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다. 또한, 단백질들을 발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식물 종들의 범위를 넓히는 연구뿐만 아니라 재조합 백신, 항체, 그 이외의 바이오의약단백질 유전자들에 대한 식물발현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다. 

최근 식물 기반 바이오 의약품들은 임상 시험에서 성공을 보여, 고셔병, 에볼라, 조류 H5N1 독감 같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초기 실험 이후 재조합 단백질의 식물발현 기술 개발은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 이유로 식물 기반 발현시스템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하지만, 동물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의약단백질의 연구는 식물발현연구에 비해 수십년 먼저 해온 반면 식물발현연구는 이제 상업화를 목적으로 시작시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식물에서의 재조합 단백질의 낮은 발현율 문제이다. 발현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의 단백질 발현은 다른 생물체와 같이 단순하지 않아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식물 단백질 발현 연구는 기존 동물세포를 이용한 연구보다 복잡하여, 다양한 학제 간 융합연구가 필수인 '연구종합선물세트'와 같다

또한, 식물을 다루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식물을 건강하게 제대로 키울 수 스마트한 공장환경control의 재배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일명 스마트식물재배법을 개발이 필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바이오의약단백질들은 당단백질이다. 다시 말하면, 단백질의 생물학적 활성을 갖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당이 붙어있어야 한다. 다행이도 식물은 단백질에 당을 붙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은 진핵세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소포체와 골지체라는 subcellular organism들을 가지고 있어 이 안에서 당을 붙이고 재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식물의 당구조는 동물의 당구조와는 다르다. 때문에 인간의 당구조를 갖는 인간항체를 식물에서 재조합항체로 만든다면 인간의 당구조를 갖는 항체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당구조의 변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식물기반발현시스템은 동물세포와 달리 식물바이오매스에서 단백질만을 추출할 수 있는 일명 downstream process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수 있다. 다시 말하면 발현된 당단백질 항체든 백신이든 이러한 단백질들을 잘 정제해야 하는 정제 최적화 과정에 대한 연구가 단백질공학 및 화학공정연구자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때문에, plant molecular biofarming(PMB)은 생화학, 분자생물학, 생물공학 식물재배생리학, 환경공학, 기계공학, 질병의학, 면역학, 임상의학 등 다양한 학문이 서로 융합 개발되어야 하는 연구종합선물세트이다. 어렸을 때 받은 추억의 종합선물세트는 받지 못하지만 아마도 매일 매일 연구종합선물세트를 품고 사는게 아닌 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