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플러스 웹진VOL.16

우수인력 인터뷰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는 거울,
'문학'

동국대학교 한국적 모더니티 형성에서의
전승과 번역 교육연구팀 신샛별 참여대학원생

오랜 식민통치와 냉전체제, 민족 간 분단이라는 굴곡진 역사를 걸어온 근대 한국사회.
이러한 사건들은 오늘날 한국인들의 정서와 윤리관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동국대학교 신샛별 대학원생은 ‘문학’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근대 한국의 도덕·윤리적 변동을 연구하고 한국인의 주체성이 어떤 경로로 형성되었는가?

에 대한 단서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에서 한국인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아내는 신샛별 대학원생의 연구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샛별 참여대학원생

신샛별 참여대학원생

동국대학교 한국적 모더니티 형성에서의 전승과 번역 교육연구팀

BIOGRAPHY

2018년 BK21플러스사업 참여우수인력 수상자. 박완서‧염상섭 등의 소설을 중심으로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와 관련해 한국문학이 일구어놓은 성취를 재론하고 있다. 현재 유효한 한국문학의 잠재적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발굴하고 조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꾸준히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 중이다. 또한, 문학평론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면서 사업단 참여 이후 다수의 평문들을 각종 매체에 발표하였다.

주요 논문성과
  • 2015.10단독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먹는 인간’의 의미-초기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 2016.8단독

    「염상섭 󰡔효풍(曉風)󰡕에 나타난 해방기 도덕지층 연구」

  • 2017.8단독

    「정치적 텍스트로서의 박완서 소설」

  • 2016 봄

    「실 위의 인생-김숨의 바느질하는 여자와 함께 생각해 본 여성성의 한 깊이」 (《자음과모음》통권 31호)

  • 2016 가을

    「우리 시대의 감정생태 보고서-김금희론」(《문학동네》88호)

Ch.01

나의 연구이야기

문학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숨겨진 시대상을 살펴보다

  • 0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고, 한국문학을 연구하면서 동시대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비평 활동을 병행 중인 신샛별입니다.

  • 02. 근대 문학을 통해 한국학의 미래적 가치를 연구한다고 하셨는데요. 좀 더 세부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의 관심사는 한국인의 정신적 층위에서 이루어진 근대적 변화입니다.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 급격한 체제 이전이 일어났고 한국인의 도덕·윤리관은 그에 맞춰 갱신돼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점진적이거나 원활하지 않았고, 여러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식민통치와 분단체제 그리고 군부독재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인은 육체적 생존과 세속적 성공에 몰두하게 됐습니다. 제 연구는 한국 근대현대사의 정치경제적 변동과 연관해 한국인의 정신적 삶에서 일어난 굴절과 왜곡을 문학작품들을 통해 밝히는 것, 그럼으로써 세계사의 맥락과 분리가 불가능한 한국 근현대 정신사의 윤곽을 그려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제 연구는 한국 근대현대사의 정치경제적 변동과 연관해,
    한국인의 정신적 삶에서 일어난 굴절과 왜곡을 문학작품들을 통해 밝히는 것입니다.

  • 03. 많은 작가들 중 故박완서님의 40년에 걸친 문학 활동을 연구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박완서의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2010년대까지 광범위한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완서 문학에 한국 근현대사가 통째로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생은 늘 동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창작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표면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더라도 작품이 창작된 당대의 정치경제적 이슈가 작품의 심층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또 여성으로서의 체험을 진솔하게 담고 있기도 해서, 박완서 문학은 역사‧정치‧경제와 같은 거대서사의 흐름에 우리의 일상적 삶,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을 조응시켜보려는 저에게 최적의 연구대상이 돼주었습니다.

  • 04. 그렇다면 현재까지 한국 문학에서 발견한 유의미한 성과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국전쟁 시기와 1970~80년대 산업화시기를 다룬 한국문학 작품들을 연구하면서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서서히 조형돼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예컨대 박완서의 소설은 한국전쟁 직후 체면, 예의, 수치 따위는 모르는 체 생존에만 집착하게 된 동시대인의 삶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묘사합니다. 전후의 참혹한 가난 속에서 확산된 황금만능주의는 1970~80년대 산업화시기를 거치며 한국인의 유력한 삶의 모습으로 부상합니다. 박완서의 작품에서 종종 짐승이나 벌레에 비유되는 인간의 형상을 보며 저는 자주 지금, 여기의 우리를 떠올렸습니다.

  • 05. 지금 진행 중인 연구가 한국학을 포함한 인문학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보시나요?

    BK21 플러스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중국, 대만, 일본, 인도 등에서 문학‧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한국학이 단지 지역학의 수준에서가 아니라 넓게는 동아시아학, 탈식민지학, 냉전체제 연구 등과 접목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 컨텍스트에 주의를 기울일 때 한국문학 연구에 매진하는 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지 시기와 냉전 체제를 통과하고 또 경제적 기복을 수차례 겪어낸 한국사의 세계사적 일면을 해명하는 작업의 일환이 됩니다. 제가 진행하는 연구도 그 작업에 포함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故박완서 작가와 신샛별 대학원생이 그녀의 작품을 주제로 게재한 논문.

    당대의 정치경제적 이슈와 맞물려 여성으로서의 체험이 그대로 담겨있는 박완서의 작품에서 신샛별 대학원생은 많은 영감을 받았다.

  • 06.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 문학의 매력과 인문학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구를 수행하면서 생겨난 수많은 문제의식들은 지금‧여기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동시대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평론을 쓰면서 그와 같은 문제의식을 확대‧발전시켜볼 수 있었고, 과거를 연구할 때 꼭 필요한 것이 현재적 시선이라는 점을, 아니, 과거를 연구하게 하는 동력 자체가 바로 현재에 있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문학을 통해 인간과 인생을 사유하는 인문학은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의 근본 문제와 우리를 대결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꿈꾸고 준비하게 해줍니다.

  • 07. 연구자로서 최종목표와 더 도전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20세기 이후 한국사회의 근대성 형성 과정을 도덕‧윤리적 층위에서 해명하고 싶다는 연구 목표를 정립하고 최근 박사논문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한국인은 생존지상주의를 강요한 한국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어떻게 진정성(authenticity)과 정의(justice)를 추구하기 위해 싸워왔는지, 또 그 싸움의 과정을 여성적 주체성은 어떻게 통과해왔으며 이 투쟁을 여성의 시선에서 재현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해명하기 위해 박완서의 40년에 걸친 문학 활동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이 저의 박사논문이 될 것 같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첫 고비가 될 박사논문을 완성한 뒤, 연구자이자 평론가로서 성실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문학에 머물되, 역사, 정치, 경제, 젠더, 문화 등 다양한 영역과 주제를 민감하게 살피면서 통찰력 있는 글을 꾸준히 써나가는 것이 제 인생의 최종목표입니다.

(좌) 황순원문학상 심사현장 (우) 인도학술대회 참여

Ch.02

내게 BK21플러스는

척박한 연구환경 속에서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

  • 01. BK21플러스 사업이 연구 수행에 있어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인문학 연구, 그 중에서도 문학 연구는 그 가치와 성과가 단기간에 입증되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분야보다 연구자는 고독하고 또 연구 환경은 척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BK21 플러스 사업에 참여하면서 저에게 제공된 지원은 인문학 연구자로서의 자존감을 획득하고 연구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 02. BK21플러스 사업에 개선이 필요하거나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이 이슈가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혼재하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찰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인간과 과학기술의 평화로운 공존과 인간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도 인문학은 근본적인 기준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계에 비해 인문학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편이며, 미래 인문학도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지지도 부족한 편입니다. 앞으로는 인문학계에 대한 사업적 지원이 보다 확대되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연구를 뒷받침하고, 사회적으로도 관심 받는 분야가 되기를 바랍니다.

  • 03. 우수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BK21플러스사업 우수참여인력으로 선정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더 큰 목표와 장기적 계획을 실천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혼재하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찰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Ch.03

인문학도로서의 나

만족하는 바보보다 불만을 느끼는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한다

  • 01. 연구 수행 중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고민이 연구에 스며든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낍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는 여성 작가의 발언과 작품은 왜 정치적인 의견이나 입장으로 해석되지 않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박완서의 소설들을 재독했습니다. 이는 작년부터 올해까지의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제 삶에 대한 성찰이 뒤엉켜 나온 연구 결과입니다. 제 인생에서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 02. 연구 중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리프레시 방법은?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분석과 연구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데 익숙해서 문학작품을 단순히 즐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여유가 생기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드라마나 영화 등을 몰아보면서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려고 합니다.

  • 03.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ex : 팀워크, 시간관리 등)

    글의 완성도입니다. 인문학의 가치는 인간의 사유가 얼마나 복잡하고 심오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서 결정됩니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글입니다. 그래서 연구를 계속하는 한 글의 완성도에 대해 저는 언제나 불만족스럽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04. 연구를 진행하며 도움을 받거나 고마웠던 동료나 교수님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언젠가 저는 제 지도교수님께 단지 문학이 아니라 삶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신진연구자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신의 연구에 대한 흥미와 자부심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진로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연구의 진척이 하염없이 더뎌지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지도교수님께 최근의 관심사들을 두서없이 늘어놓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추상적이었던 관심사들이 실현가능한 연구주제들로 추려지고, 참고할 만한 연구 성과 및 문헌 들을 추천 받게 됩니다. 학업과 연구에 대해서라면 지도교수님이나 선배님들께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는 것이 학생이자 신진연구자인 저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잊지 않는 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부하는 인문학에 이끌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만날 수 있는 문학작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훈련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 05. ‘인문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인문학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그 이유는 「공리주의」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한 다음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 답하겠습니다. ‘만족해하는 돼지보다 불만족스러워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고, 만족해하는 바보보다 불만을 느끼는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다.’

  • 06. 한국문학과 한국학 연구에 관심 있는 미래의 인문학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앞으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정작 상상력과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길을 모색할 때에는 이공계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근원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생활의 불편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사랑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의 불편에 공감할 때 나올 것입니다.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부하는 인문학에 이끌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만날 수 있는 문학작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훈련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과 긍지, 희망과 낙관을 가지면 좋겠습니다.